패션 & 뷰티 트렌드 분석

하이패션의 대중화 – 명품의 ‘보통 사람 공략법’

트렌드이슈모아 2025. 6. 12. 20:39

1. 럭셔리의 문턱이 낮아지다: 명품과 보통 사람의 거리 좁히기

전통적으로 하이패션, 즉 ‘명품’은 선택받은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상징이었다. 오트 쿠튀르 하우스의 정교한 수공예 기술, 상류층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는 수단, 그리고 높은 가격대는 오랜 시간 동안 명품이 가진 배타성과 희소성을 지탱해왔다. 그러나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의 위상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럭셔리가 더 이상 ‘고상함’이나 ‘격식’에 갇혀 있지 않고, 젊고 대중적인 이미지로 재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소비 주도권 장악이 있다. 기존 고객층보다 더 강한 디지털 감각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이들은 ‘값비싼 것이 곧 고급’이라는 논리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들에게 명품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며, ‘하이엔드 스트리트 패션’이라는 새로운 소비 코드에 부합해야 한다. 이에 발맞춰 루이비통은 스트리트 감성과 결합한 버질 아블로의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웠고, 구찌는 힙합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기존의 고풍스러운 이미지를 탈피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명품 브랜드가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을 형성하고, ‘보통 사람도 접근할 수 있는 하이패션’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하이패션의 대중화 – 명품의 ‘보통 사람 공략법’


2. 협업 전략과 한정판 마케팅: 명품의 ‘보통 사람’ 공략법

하이패션 브랜드가 대중을 향해 손을 내민 대표적인 방식 중 하나는 바로 ‘콜라보레이션’ 전략이다. 과거에는 예술가나 하이엔드 디자이너 간의 협업이 중심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언뜻 언발란스해 보이는 브랜드 간 협업이 오히려 더욱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협업, 디올과 나이키의 조던 스니커즈 협업, 구찌와 아디다스의 결합 등은 전통적인 명품의 이미지를 깨뜨리고 젊은 층에게 강한 ‘한정판의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협업은 단순한 디자인 요소를 넘어, 브랜드의 상징성과 희소성을 강조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슈프림 로고가 박힌 루이비통 가방은 명품과 스트리트 컬처의 상징이 동시에 되며, 해당 제품의 소유 여부가 곧 ‘문화적 소속감’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와 함께 디지털 한정판 발매 방식, 가상 대기줄 시스템, NFT 연동 방식 등도 접목되며, 전통적인 럭셔리 마케팅을 기술적으로 진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결국 이러한 방식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명품 소비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꼭 1000만원짜리 코트를 사지 않아도, 명품 브랜드가 낸 티셔츠 하나로 ‘트렌디함’과 ‘명품 감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로써 하이패션은 희소성을 유지하면서도, ‘포용성 있는 명품’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

3. 디지털 플랫폼과 인플루언서 전략: 하이패션의 SNS 침투

SNS의 발달은 명품의 대중화를 촉진한 가장 강력한 플랫폼적 요인이다. 과거에는 유명 패션쇼에 초청받은 극소수의 셀럽이나 바이어들만이 명품 브랜드의 신제품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를 통해 ‘다음 시즌 쇼’가 실시간 중계되고, 인플루언서의 스타일링 영상이 수십만의 소비자에게 퍼져나간다. 이로써 브랜드는 ‘희소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도달 범위’를 기하급수적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발렌시아가의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들 수 있다. 이 브랜드는 인플루언서에게 제품을 사전 공개하거나 착용 리뷰를 맡기는 대신, 디지털 게임, 아바타 전용 제품, SNS 필터 등을 통해 젊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장했다. 또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의 가상 쇼룸, 디지털 웨어러블 출시, NFT 패션쇼 등은 하이패션이 디지털 친화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소비자들은 명품을 ‘갖는 것’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브랜드는 구매 전에 이미 소비자와 수차례 접점을 만들며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하게 되었다. 인플루언서가 입은 ‘명품 같은’ 룩은 곧 스타일의 전범이 되었고, 명품 브랜드는 패션과 소셜 미디어의 결합을 통해 자신들의 포지셔닝을 새롭게 재정의하고 있다. 결국 명품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더 많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이는 하이패션의 대중화를 견인하는 핵심 축이 되고 있다.

4. 보통 사람을 위한 명품의 미래: 윤리, 지속가능성, 기술 융합

앞으로의 하이패션은 단순히 ‘누구나 살 수 있는 명품’이라는 개념을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명품’이라는 가치 지향성을 갖게 될 것이다. 과거처럼 ‘값비싼 소재’나 ‘고급 장인 기술’만으로 고급스러움을 말하는 시대는 끝났다. 대신, 하이패션은 기술과 윤리를 동시에 담은 새로운 포지셔닝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텔라 매카트니는 비건 가죽을 활용한 럭셔리 백을 내놓으며, ‘가치 있는 소비’와 ‘하이패션’의 교차점을 선보였다. 발렌티노, 버버리, 지방시 등도 리사이클 원단이나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며 소비자와의 윤리적 연결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환경주의를 넘어, ‘보통 사람의 가치관과 공감할 수 있는 명품’으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또한 AI 기반의 맞춤형 쇼핑 추천, AR 피팅룸, 디지털 트윈 캐릭터를 활용한 쇼핑 경험 등은 기술적 진보와 함께 하이패션의 대중적 접근을 더욱 가능하게 만든다. 패션의 디지털화는 물리적 접근성뿐 아니라 감성적 거리까지 좁혀주며, 소비자의 개별 취향에 맞는 ‘명품 경험’을 제공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하이패션은 점점 더 ‘보통 사람’을 위한 브랜드로 변화할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지만, 동시에 포용성과 접근성, 기술력, 가치 소비 등 복합적 요소를 통해 다층적인 소비자의 욕망을 충족시킨다. 그 결과, 우리는 ‘럭셔리’와 ‘일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