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시대를 지나 다시 돌아온 립 메이크업 트렌드

1. 마스크 이후의 변화, 다시 주목받는 입술의 역할

2020년대 초반, COVID-19 팬데믹은 전 세계인의 일상은 물론 뷰티 트렌드 전반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극명한 변화는 립 메이크업의 존재감 감소였다. 감염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립스틱, 틴트, 립글로스 등 입술을 꾸미는 행위 자체를 중단하거나 최소화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베이스 메이크업과 눈 화장, 특히 브로우와 아이섀도우에 더욱 집중하는 ‘마스크 메이크업’ 트렌드가 등장했다. 입술은 가려진 영역이 되었고, 그 결과 뷰티 브랜드들의 립 제품 매출도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2023년을 기점으로 점차 마스크 착용이 완화되면서 립 메이크업은 다시 부상하기 시작했다. 입술은 단순한 색조의 영역을 넘어, 자신의 개성과 분위기를 표현하는 핵심 수단으로 재조명되었으며, 사회적 소통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립 컬러는 다시 한 번 얼굴의 중심이 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팬데믹을 거치며 소비자들의 성향이 바뀌었고, 이에 따라 립 메이크업의 방향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강렬하고 대담한 컬러가 대세였다면, 이제는 착색력과 발림성, 장시간 유지되는 지속력, 그리고 마스크 묻어남 방지 기술 등 실용적인 요소가 함께 고려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피부 톤과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운 립 컬러, 촉촉함과 발색을 동시에 잡은 하이브리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립 메이크업이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고 있지만, 그 방식은 훨씬 더 정교해지고 기능적이며,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맞춤형 트렌드로 진화하고 있다.

2. 뉴노멀 시대의 립 컬러 트렌드, 어떤 색이 대세인가?

마스크 착용 해제와 함께 립 컬러의 선택 폭도 급격히 넓어졌다.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패션 트렌드에 따라 대세 컬러가 좌우되었다면, 요즘은 개인의 퍼스널 컬러와 분위기, 취향에 따라 립 컬러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웜톤·쿨톤을 기반으로 한 퍼스널 컬러 진단이 대중화되면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립 컬러를 중심으로 화장품을 고르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이를 반영해 뷰티 브랜드들은 한 제품에서 다양한 컬러를 세분화하여 출시하고 있으며, 피부 톤에 따른 발색 차이를 비교해볼 수 있는 가상 체험 기능도 강화되고 있다.

2024~2025년을 기점으로 떠오른 립 컬러는 ‘로지 브라운’, ‘레드 플럼’, ‘베이지 핑크’, ‘브릭 오렌지’ 등이다. 마스크를 벗으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연출할 수 있는 중채도의 립 컬러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특히 눈에 띄는 트렌드는 “세미 매트 텍스처”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글로시한 립이 트렌디했지만, 요즘은 ‘묻어남 최소화’, ‘보송하지만 건조하지 않은 질감’ 등 기능성과 실용성을 고려한 포뮬라가 주목받는다. 또한, Z세대를 중심으로 한 ‘옴브레 립’이나 ‘립 그라데이션’ 기법도 재조명되며, 여러 색을 혼합해 개성을 드러내는 스타일도 다시 유행하고 있다.

3. 기술과 감성의 융합: AI 기반 립 컬러 추천의 진화

현대의 립 메이크업 트렌드는 단순한 미적 표현을 넘어서 기술과 융합된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퍼스널 메이크업 분석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사용자들은 AI 기반 앱을 통해 피부 톤, 얼굴 비율, 평소 메이크업 습관, 선호 스타일 등을 분석해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립 컬러와 텍스처를 추천받는다. 또한, 증강현실(AR)을 활용한 립 제품 체험 서비스는 매장에서 직접 발라보지 않아도 다양한 컬러를 입술 위에 가상으로 적용해볼 수 있어, 선택의 폭을 넓히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준다.

이러한 AI와 AR 기술은 특히 팬데믹 이후 비대면 쇼핑 경험이 많아진 MZ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브랜드 간 기술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L 브랜드는 ‘AI 립 진단’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의 립색 선호도를 데이터화해 추천 알고리즘을 최적화하고 있으며, G사는 카메라 기반의 퍼스널 컬러 진단으로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립 제품을 실시간으로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처럼 기술이 메이크업에 접목되면서 립 제품 소비는 더욱 ‘개인화’되고 있으며, 이는 곧 사용자 만족도와 브랜드 충성도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4.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소비가 이끄는 립 메이크업의 미래

팬데믹을 지나오며 소비자들의 가치관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단순히 예쁘고 트렌디한 제품보다는, 환경에 덜 해롭고,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제품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이는 립 메이크업 제품에도 예외가 아니며, 특히 플라스틱 용기 사용 축소, 리필형 패키지,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인증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비건 성분 립스틱이나 자연 유래 오일이 함유된 립밤, 재활용 가능한 용기 제품이 점점 더 보편화되고 있다. 뷰티 업계는 단지 ‘기능’과 ‘미모’뿐 아니라 ‘가치소비’의 시대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SNS와 유튜브를 통해 전파되는 메이크업 정보는 더이상 브랜드 중심이 아닌 ‘개인 콘텐츠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다양한 피부색, 다양한 연령대의 립 메이크업 룩북이 공유되면서, 각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립 스타일이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립 메이크업은 단순한 뷰티 영역을 넘어, 자기 표현과 사회적 가치 실현, 디지털 테크놀로지까지 융합된 복합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읽어내는 감각은, 앞으로 립 메이크업 트렌드를 주도할 중요한 핵심으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