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 뷰티 트렌드 분석

디지털 휴먼과 화보 콘텐츠 제작 변화

트렌드이슈모아 2025. 5. 7. 23:03

1. 디지털 휴먼의 정의와 화보 산업 진입 배경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은 인공지능(AI) 기술과 3D 그래픽, 모션 캡처 기술 등을 통해 생성된 가상의 인간형 존재를 의미한다. 이들은 실제 사람처럼 말하고 움직이며 표정을 짓는 등 현실감을 극대화한 외형과 퍼포먼스를 통해,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패션 및 뷰티 산업에서 디지털 휴먼은 새로운 비주얼 콘텐츠의 생산자이자 브랜드의 얼굴로 주목받고 있다. SNS에서 유명세를 탄 릴 미켈라(Lil Miquela)를 시작으로, 한국의 로지(ROZY), 수아(SUA), 아이린루크(Ailin Luq) 등 다양한 가상 인물이 화보, 광고, 브랜드 뮤즈로 활동하며 기존 모델 시스템을 흔들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디지털 환경의 급속한 전환과 팬데믹 이후 비대면 콘텐츠 수요 증가가 있다. 오프라인 촬영이 어려웠던 시기, 브랜드들은 모델 없이도 화보를 완성할 수 있는 방법으로 디지털 휴먼에 주목했다. 더불어, 브랜드의 세계관을 100% 구현할 수 있다는 점,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도 강력한 매력 요소였다. 디지털 휴먼은 의상, 배경, 조명까지 모두 가상의 환경에서 조작 가능하기 때문에 실물 기반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휴먼은 전통적인 모델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며, 브랜드가 창조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효과적인 도구가 되고 있다.

디지털 휴먼과 화보 콘텐츠 제작 변화


2. 화보 제작 방식의 기술적 전환과 창작의 확장성

디지털 휴먼을 활용한 화보 콘텐츠 제작은 전통적인 촬영 프로세스를 크게 변화시켰다. 이전에는 모델 섭외, 장소 대관, 조명 장비 설치, 스타일리스트 및 메이크업 아티스트 구성 등 복잡한 오프라인 제작 과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디지털 휴먼은 이 모든 요소를 가상 공간에서 설계하고 구현할 수 있다. 3D 모델링을 통해 인체의 움직임과 포즈를 자연스럽게 구현하고, CG 기반의 조명 및 배경 설정으로 촬영 장소 없이도 리얼한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다. 이는 제작 비용을 절감하고, 빠른 속도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또한, AI 기반의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휴먼은 실시간 표정 변화와 눈빛, 피부 질감까지 조절이 가능해지면서 점차 사람과 구별되지 않는 수준의 정교함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는 계절·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콘셉트의 화보 시리즈를 제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게 됐다. 예컨대, 한 시즌 안에 ‘몽환적 도시 스타일’부터 ‘자연주의 힐링 무드’까지 전혀 다른 콘셉트를 단 하루 만에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창작의 자유는 디지털 콘텐츠가 트렌드를 선도하는 시대에 매우 중요하며, 브랜드의 실험성과 감도 높은 스타일링을 표현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3. 디지털 휴먼이 패션·뷰티 브랜드와 맺는 새로운 관계

디지털 휴먼은 단순히 ‘CG 모델’의 역할을 넘어서, 이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대표하는 콘텐츠 캐릭터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여러 브랜드는 자사 전속 디지털 휴먼을 개발해 브랜드 뮤즈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한라이프의 로지(ROZY)는 금융 광고부터 명품 브랜드 협업까지 영역을 넓히며, 단일 콘텐츠 캐릭터가 여러 브랜드의 마케팅 플랫폼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또한, 한국의 아모레퍼시픽은 디지털 모델 ‘지아(GIA)’를 앞세워 제품 시연과 홍보 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는 브랜드의 미래지향적 이미지 형성과 MZ세대와의 감성적 연결에 효과적이다.

이와 같은 활용은 소비자와의 관계 맺기 방식도 바꾸고 있다. 기존 모델 중심 화보는 일방적인 시각 자극이었다면, 디지털 휴먼은 SNS, 메타버스, 실시간 라이브 방송 등에서 ‘인터랙티브 캐릭터’로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다. 실제로 로지나 릴 미켈라 같은 캐릭터는 SNS에 일상을 공유하고 팬들과 댓글을 주고받으며, 마치 실제 인플루언서처럼 콘텐츠 소비자와 감정적 연결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브랜드 충성도 형성에 기여하는 마케팅 자산으로 작동한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디지털 경험에 익숙하고 감각적 콘텐츠를 선호하기 때문에, 디지털 휴먼은 그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핵심 전략으로 작용한다.

4. 미래 화보 콘텐츠의 방향성과 디지털 휴먼의 지속 가능성

디지털 휴먼과 화보 콘텐츠의 융합은 단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닌, 미래 콘텐츠 제작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향후에는 AI와 AR, VR 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실시간 인터랙션 기반 화보 콘텐츠, 사용자 맞춤형 스타일링 시뮬레이션, 메타버스 연계 브랜드 체험관 등이 확장될 것이다. 이미 일부 브랜드는 디지털 휴먼이 주인공인 화보를 NFT로 제작해 한정 판매하거나, XR 기반 체험형 콘텐츠로 전환하고 있으며, 이는 브랜드의 세계관을 고유 자산화하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화보의 소비 방식을 소유 중심으로 바꾸며, 단순한 광고가 아닌 브랜드 아카이빙이 가능한 콘텐츠로 진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휴먼의 활용이 확산될수록 해결해야 할 윤리적, 사회적 과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첫째, 실제 모델과 크리에이터의 생계권 침해 문제다. 디지털 휴먼이 사람의 자리를 대체하게 되면서 기존 직업군의 수요가 줄어드는 양상이 발생하고 있다. 둘째, 사실 왜곡 및 신뢰도 문제도 논의된다. 현실과 구별되지 않는 이미지가 마케팅에 사용될 경우, 소비자 혼란이나 정보 불일치가 생길 수 있으며, 이는 브랜드의 신뢰성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디지털 휴먼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투명성 확보가 병행되어야 하며, 실재 인물과 협업하는 ‘하이브리드 화보 모델’ 등의 새로운 형식도 병행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디지털 휴먼은 콘텐츠 제작의 효율성을 높이고 창작의 폭을 넓히지만,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닌 사람과 함께 공존하는 파트너로서의 역할 정립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