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AI 큐레이션 플랫폼별 특징
1. AI 패션 큐레이션 플랫폼의 등장 배경과 기술적 기반
패션 시장은 오랫동안 트렌드에 따라 움직이며, 소비자 중심의 변화에 적응해 왔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과 디지털 콘텐츠가 중심이 된 이후, 사용자 경험은 단순히 ‘고르는 것’에서 ‘추천받는 것’으로 이동했다. 이러한 전환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특히, 사용자의 취향, 체형, 쇼핑 이력 등을 바탕으로 맞춤형 의류를 추천하는 AI 기반 패션 큐레이션 플랫폼이 빠르게 확산되며 소비자와 브랜드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의 기반에는 자연어 처리(NLP), 이미지 인식 기술,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 딥러닝을 활용한 유저 데이터 분석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선호하는 스타일을 ‘스트리트’, ‘미니멀’, ‘빈티지’처럼 키워드로 입력하면, AI는 유사한 선호도를 지닌 사용자들의 패턴을 분석하고, 상품의 비주얼 요소(색상, 실루엣, 디테일 등)까지 반영하여 정교한 추천을 제공한다. 여기에 **시각적 스타일 분석 기술(Visual Style Recognition)**과 개인화 알고리즘이 결합되며, AI는 단순한 상품 추천을 넘어 **스타일 조합, 계절감, TPO(Time, Place, Occasion)**까지 고려한 코디 제안이 가능해졌다.
플랫폼마다 이러한 기술의 구현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예컨대 어떤 서비스는 설문형 취향 진단을 통해 프로필을 구축하고, 어떤 서비스는 이미지 기반 분석에 집중하며, 또 다른 플랫폼은 SNS와 연동하여 패션 콘텐츠 소비 행태를 반영하기도 한다. 이는 각 플랫폼의 차별성과 경쟁력으로 이어지며, 사용자에게는 더욱 정교하고 감각적인 패션 경험을 선사한다. 지금부터는 국내외 주요 패션 AI 큐레이션 플랫폼의 대표 사례를 통해, 이 기술이 어떻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 스타일쉐어, 에이블리, 지그재그 – 국내 플랫폼의 기술 진화
국내 AI 패션 큐레이션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플랫폼으로는 스타일쉐어(StyleShare), 에이블리(Ably), 지그재그(Zigzag) 등이 있다. 이들은 단순한 쇼핑 앱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스타일 추천 플랫폼’으로 변모하며 Z세대 및 MZ세대 소비자들의 감성에 최적화된 추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먼저, 스타일쉐어는 SNS 기반의 패션 공유 커뮤니티로 시작했다. 사용자들이 올린 패션 사진과 해시태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유사 스타일을 분석하고 트렌드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자주 좋아요를 누르거나 저장하는 콘텐츠의 유형이 스트릿룩 중심이라면, AI는 그에 맞는 브랜드, 아이템, 심지어 매칭 방법까지 제공한다. 최근에는 AI가 스타일을 분석해주는 ‘스타일봇’을 도입해 사용자 프로필에 기반한 일일 룩 제안도 진행하고 있다.
에이블리는 초반부터 ‘패션 큐레이션’을 전면에 내세운 플랫폼이다. 약 1천만 명 이상의 누적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선호 아이템, 가격대, 구매 시간 등을 추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사도 높은 아이템을 실시간 추천한다. 특히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 ‘에이블리 추천엔진’은 검색어와 상품 간의 관련도를 계산하는 자연어-시각 융합 기술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옷을 빠르게 탐색하고 스타일을 제안하는 기능을 구현한다. 또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콘텐츠와 연동하여 패션 인플루언서들의 코디를 상품화하는 콘텐츠 기반 큐레이션도 강점이다.
지그재그는 쇼핑몰 연합 플랫폼이지만, 최근 몇 년간 AI 패션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하면서 개인화 추천 경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나에게 맞는 상품 추천’이라는 탭을 통해 실시간 인기 상품과 사용자 구매 이력 기반의 제안을 제공한다. 키, 체형, 연령대, 평소 즐겨 찾는 쇼핑몰 성향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합 분석해 스마트 필터링 알고리즘을 구현하며, 개인의 성향에 따라 같은 제품도 다양한 스타일로 소개한다.
이처럼 국내 플랫폼들은 사용자 데이터 확보에 유리한 환경(국내 중심 쇼핑, 높은 SNS 활용률)을 바탕으로, AI 추천 기술을 보다 감성적이고 문화적으로 정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3. 글로벌 AI 패션 큐레이션 플랫폼 – Vue.ai, Stitch Fix, The Yes의 혁신 사례
국내와 달리 글로벌 시장에서는 더 깊이 있는 데이터 기반 개인화와 AI 스타일리스트 시스템 구현에 집중하는 플랫폼들이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Vue.ai, Stitch Fix, The Yes다. 이들은 모두 AI와 머신러닝 기반의 복합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에게 ‘쇼핑의 자동화’와 ‘스타일링의 정밀화’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Vue.ai는 인도계 AI 기술 기업 Mad Street Den이 개발한 B2B 중심의 AI 플랫폼이다. 다양한 패션 브랜드나 쇼핑몰에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추천 엔진을 제공하며, 특히 이미지 인식 기반 상품 태깅, 자동 카테고리 분류, AI 스타일 제안 기능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쇼핑몰 관리자가 ‘여름용 여성 스커트’를 업로드하면, Vue.ai는 색상, 기장, 소재, 디자인 요소를 자동 분석하고, 이에 유사한 상품을 함께 추천하거나 스타일링 룩북을 자동으로 생성한다. 즉, 소비자 대상보다는 브랜드 측면에서 AI를 통해 상품을 정렬하고 판매 전략을 최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플랫폼이다.
Stitch Fix는 미국의 대표적인 AI 기반 스타일링 서비스다. 사용자가 선호하는 스타일, 가격대, 브랜드, 색상, 피트감을 사전 설문으로 작성하면, 이를 기반으로 인간 스타일리스트와 AI가 함께 옷을 추천한다. 특히 AI는 방대한 사용자 피드백과 반품 이력을 학습하여, 점점 더 높은 정확도로 맞춤형 스타일을 제안하게 된다. Stitch Fix의 특징은 사용자의 체형이나 TPO까지 고려한 정장, 이지웨어, 데이트룩 등 다양한 카테고리별 큐레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한 AI 리트레이닝 모델을 지속적으로 돌려 정확도도 높여간다.
The Yes는 머신러닝 알고리즘 기반의 패션 플랫폼으로, 사용자에게 ‘YES or NO’ 버튼만 클릭하게 함으로써 게임하듯 스타일 피드백을 수집한다. 이 간단한 인터랙션을 통해 AI는 사용자의 취향을 빠르게 학습하며, 시간에 따라 변하는 스타일 선호도까지 반영하는 것이 강점이다. The Yes의 알고리즘은 ‘브랜드 선호’, ‘색상 민감도’, ‘아이템군 집중도’ 등을 통합 분석해, AI가 주도적으로 ‘개인 스타일북’을 구성해준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AI가 스타일리스트처럼 행동하고,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날씨, 트렌드, 일정 등을 고려한 상품까지 제안받을 수 있다.
이처럼 글로벌 플랫폼은 정교한 데이터 학습 – 실시간 피드백 – 추천 고도화의 사이클을 빠르게 돌리며, AI와 인간의 협업이 가장 효율적으로 진행되는 구조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반응형 큐레이션 시스템’을 통해 AI가 ‘나를 점점 더 잘 아는 조력자’가 되어간다는 점에서 기술 발전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4. AI 큐레이션의 미래 방향과 소비자 중심의 진화 전략
AI 패션 큐레이션은 단순한 상품 추천을 넘어,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소비자는 이제 ‘고민 없이 고르는 것’을 원한다. 옷장 앞에서 “오늘 뭐 입지?”라는 질문에 AI가 대답해주는 시대다. 이러한 시대 흐름 속에서 AI 큐레이션 플랫폼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개인화의 초정밀화가 더욱 강화된다. 기존에는 연령, 성별, 스타일 카테고리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기분, 감정, 일정, 관계, 날씨 등 비가시적 요소까지 AI가 분석해 스타일을 제안하는 방식이 도입될 것이다. 예컨대 중요한 발표가 있는 날, AI는 자신감 있고 단정한 인상을 주는 옷을 추천해줄 수 있다.
둘째, AR(증강현실)과 AI 큐레이션의 결합이다. AI가 추천한 아이템을 가상 피팅 룸에서 입어볼 수 있게 되며, 얼굴형, 체형, 피부톤까지 반영한 스타일링을 실시간 시뮬레이션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추천을 넘어 ‘입어보기 전 입어보는 경험’을 제공하며, 구매 결정까지의 시간도 단축시킨다.
셋째, 브랜드의 윤리성과 가치 중심 추천 기능이 강화된다.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에게는 ‘비건 레더’, ‘리사이클 코튼’, ‘로컬 브랜드’ 위주의 아이템을 추천하고, AI가 소비자의 가치 성향을 파악해 이를 반영하는 방향이다. 이는 단순히 취향 기반을 넘어서 정체성과 신념 기반의 큐레이션이라는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다.
넷째, SNS와의 통합 추천 기술이 더욱 진화할 것이다. 소비자가 인스타그램에서 저장한 이미지, 좋아요를 누른 콘텐츠, 심지어는 자신이 올린 게시물의 패턴까지 분석해 스타일링을 제안하고, 콘텐츠 기반 커머스와 직접 연결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AI 큐레이션 플랫폼은 ‘디지털 스타일리스트’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코디네이터’로 발전할 것이다. 아침에 무엇을 입을지부터, 어디에 갈지, 어떤 분위기로 꾸밀지까지 모두 제안해주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각 플랫폼이 어떤 정체성과 기술력을 갖추느냐에 따라 사용자 충성도, 브랜드 협업력, 수익 모델이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