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비슷한 사람과 연애하는 이유: 무의식의 패턴을 읽는 연애 심리학

1. 끌림에는 이유가 있다: 친숙함의 심리학

연애를 돌아보면 “왜 난 항상 비슷한 사람을 만날까?”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겉모습은 다르고, 만나는 시기와 환경도 다른데도, 관계가 이어지다 보면 놀랍도록 유사한 성격이나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경험한다. 어떤 이는 항상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에게 끌리고, 또 다른 이는 매번 자신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연인을 만나 상처받는다. 이 반복되는 패턴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작동하는 ‘친숙함의 법칙’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무의식적 반복(compulsion to repeat)’이라 설명한다. 이는 어릴 때 형성된 애착 경험이나 감정의 흔적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특정 상황이나 사람에게 반응하게 만든다는 개념이다. 인간은 자신에게 익숙한 감정 구조에 쉽게 반응하고, 그것이 비록 고통스러운 경험일지라도 안정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부모가 감정을 자주 숨기거나 차갑게 대했다면, 그런 방식이 익숙한 사람에게 이끌릴 가능성이 높다. 단지 그것이 ‘편하다’거나 ‘이상하게 끌린다’는 이유로, 같은 유형의 사람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 친숙함은 외모나 말투, 취향을 넘어서 행동 양식이나 감정의 표현 방식, 애정의 거리감까지 닮아있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전혀 알 수 없는 감정이지만, 연애가 진행될수록 과거의 감정과 놀랍도록 겹치는 지점이 드러난다. 이는 무의식이 현재의 상대에게 과거 감정을 투사하고, 그로 인해 ‘다시 한 번 그 감정을 마주하려는 욕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친숙함은 안정감을 주지만, 반복되는 상처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

2. 애착유형과 관계 패턴: 유년기의 그림자가 연애를 지배한다

연애 패턴은 우리가 선택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관계를 맺는 방식에도 동일하게 반복된다. “항상 상대에게 너무 헌신해서 나중엔 지친다”거나 “늘 밀당을 당하는 입장이다”라는 말은 곧 자신도 모르게 반복되는 애착 패턴을 의미한다. 애착이란, 유년기 보호자와의 관계에서 형성된 감정의 연결 방식이다. 안정애착, 불안애착, 회피애착 등으로 나뉘며, 성인이 되어서도 이 애착유형은 대인관계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불안형 애착을 가진 사람은 상대방에게 사랑받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려 하고,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그래서 끊임없이 연락하고, 상대의 감정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다. 반면 회피형은 감정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아 관계에 거리감을 두려 한다. 이런 두 유형은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반복된 패턴 속에서 불완전한 감정을 완성하려는 심리적 시도에서 비롯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불안형이라면, 반복적으로 회피형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될 수 있다. 그 만남은 처음엔 강렬한 흡인력을 갖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적으로 고립되거나 ‘혼자만 노력하고 있다’는 감정에 시달리게 된다. 또 회피형은 감정의 피로를 느껴 관계에서 도망치고자 하며, 불안형은 그만큼 더 매달리게 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결국 이 반복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애착유형에 대한 자기 이해가 필수적이다.

애착유형은 운명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다. 꾸준한 자기관찰과 타인과의 안정적 관계 경험을 통해 서서히 변화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과거에 길들여진 감정 패턴이 더 이상 ‘나에게 맞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인식하고, 그 패턴을 깨뜨릴 의지를 가지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비슷한 사람과의 연애에서 벗어나, 새로운 감정의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다.

3. 선택은 무의식의 결과: 이상형은 본능적으로 결정된다

“이상형이 뭐예요?”라는 질문에 우리는 종종 눈, 목소리, 키, 스타일 등 외적인 조건을 나열하지만, 실제로 사랑에 빠지는 대상은 이런 기준과 다를 때가 많다. 이는 연애에서 ‘선택’이라는 행위가 이성적인 판단이 아닌, 무의식의 기제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상형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에 가깝다.

뇌는 과거의 감정을 기억하고, 새로운 대상을 만날 때 그 기억과의 유사성을 판단해 ‘끌림’을 느낀다. 이때 사용되는 감정의 기준은 과거의 안정감 혹은 고통일 수 있으며, 긍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단순히 ‘익숙함’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유독 강하게 끌리는 감정은 이전에 경험했던 감정의 잔상에서 기인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 자신을 외롭게 했던 존재와 닮은 사람에게 이상하게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선택된 상대는 이후 관계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반복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감정 표현에 인색한 연인을 만났다면, 그 사람을 바꾸기보다는 내가 과거에 느꼈던 ‘부족함’이나 ‘사랑받고 싶었던 욕구’를 반복적으로 확인하려 하게 된다. 이는 갈등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고자 하는 심리적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 무의식적인 선택은 때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야만 유지되는 관계를 만들기도 한다. 자신을 억누르고 상대의 방식에 맞추려 하며, 점점 관계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감정의 반응을 통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 무엇에 끌리는지, 왜 반복되는지, 어떤 순간에 불편한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무의식의 선택을 의식의 선택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4. 반복을 멈추는 첫걸음: 자기인식과 연애의 변화

자꾸 비슷한 사람과 연애하게 되는 이유는 결국 ‘나 자신을 모른 채’ 사랑을 찾기 때문이다. 자기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의 연애는, 자신에게 익숙한 감정을 무한히 반복하게 만든다. 그 감정은 때로는 고통이고, 불안이며, 갈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패턴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은 **자기인식(self-awareness)**이다.

자기인식은 단순히 나의 성격이나 기호를 아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것이 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아는 것을 의미한다. 반복되는 감정의 패턴을 분석하고, 그 감정이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해소하려는 것인지 돌아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은 단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관계와 내면의 충돌을 겪으며 서서히 쌓여간다.

한편으로는 관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연애에서 중요한 요소였던 ‘강렬한 끌림’이나 ‘운명 같은 만남’이 실제로 나에게 안정감을 줬는지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 더 나아가 감정을 자극하기보다는 나를 지지해주는 관계, 감정보다 존중과 배려가 우선되는 관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무의식의 선택에서 벗어나 의식적인 연애를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 여정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 연민(self-compassion)’이다. 반복된 연애의 실패나 상처를 경험한 자신을 비난하기보다는, 그 선택에 담긴 감정적 동기와 상처를 이해하고 받아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는 나 자신이 되어간다.